『달과 6펜스』는 영국 작가 서머싯 모옴(W. Somerset Maugham)이 1919년에 발표한 소설로,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남자,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통해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 ‘자아실현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작가 모옴이 실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픽션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 작품은 단순한 전기소설 이상의 철학적 깊이를 가지고 있다.
모옴의 인생과 철학이 담긴 소설
서머싯 모옴은 단순히 이야기꾼이 아닌, 인간 본성과 사회의 이중성을 꿰뚫어 보는 관찰자였다. 『달과 6펜스』에서도 그는 작가로서의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주인공 스트릭랜드를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설은 1인칭 시점의 화자가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을 추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독자는 화자의 시선을 통해 스트릭랜드를 바라보지만, 그 안에는 모옴 자신이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작가는 단정하지 않다. 스트릭랜드의 행동은 일반적인 도덕 기준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과 순수성은 어떤 논리로도 쉽게 재단할 수 없다. 그는 가족과 직업, 사회적 지위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 타히티 섬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말년을 그림에 몰두하며 보내고, 결국 병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 삶은 비극일 수도, 위대함일 수도 있다. 모옴은 이 판단을 독자에게 넘긴다. 이 점이 바로 『달과 6펜스』가 단순한 예술가의 이야기 그 이상이 되는 이유다.
예술을 향한 집착, 스트릭랜드의 삶
찰스 스트릭랜드는 전형적인 ‘광기 어린 천재’의 모습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회계사로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어느 날 예고 없이 가족을 떠난다. 이유는 단 하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충동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그의 집착은 병적이기까지 하며, 가족의 고통이나 사회적 비난조차도 그의 결심을 꺾을 수 없다. 이러한 선택은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가 아내와 아이들을 어떻게 버렸는지, 타인에게 얼마나 무정하게 행동했는지를 보면, 스트릭랜드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어떤 계산도 없는 본능적인 예술적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삶을 위해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위해 삶을 버리는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반 고흐와 유사하다. 고흐 역시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그림에 몰입했으며, 인정받지 못한 채 생을 마쳤다. 모옴은 스트릭랜드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함으로써 예술의 순수성과 그것이 요구하는 희생을 극대화한다. 스트릭랜드의 그림은 소설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묘사되지 않지만,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처럼 느껴진다. 이 점이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자아를 찾아 떠나는 방랑자
『달과 6펜스』는 단지 예술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는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스트릭랜드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바로 그 본능이 그의 정체성이며, 세상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로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는 성공과 안정이라는 가치가 강조된다. 많은 이들이 ‘6펜스’ 같은 실리를 좇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달’, 즉 이상을 좇는 삶은 여전히 우리 안에 갈망으로 존재한다. 스트릭랜드는 바로 이 ‘달’을 향해 모든 것을 던진 인물이다. 그는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 물론 그 길은 외롭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스트릭랜드의 삶은 누군가에겐 무책임함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타인의 시선에 맞춘 삶을 살고 있는가? 『달과 6펜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6펜스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달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달과 6펜스』는 예술가 스트릭랜드의 파격적인 선택과 삶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묻는 소설이다. 서머싯 모옴은 이 작품을 통해 현실과 이상, 실리와 예술, 사회와 자아 사이의 긴장 관계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예술과 삶, 자아실현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지금 이 책을 펼쳐보며, 나만의 ‘달’을 찾아 나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