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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시선으로 본 『모순』

by goldpine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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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 들판 바위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진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여성 독자층에게 깊은 공감을 얻는 이유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시선과 감정선 덕분이다. 이 글에서는 『모순』을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인물의 감정 변화, 현실과의 충돌, 그리고 독자가 느끼는 깊은 공감 포인트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감정선의 정교함이 돋보이는 여성 서사

『모순』은 주인공 안진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풀어낸다. 결혼상대를 고민하고 있는 진진은 스물다섯의 평범한 여성으로, 김장우와 나영규 사이에서 어느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으며, 겉으로는 아무런 고민이 없어 보이지만, 내면에는 끊임없는 질문과 모순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 사랑에 대한 갈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충돌을 경험한다. 이러한 감정의 파동은 여성이 살아가며 겪는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다. 이모와 일란성쌍둥이지만 알코올중독자와 결혼하고 인생이 꼬인 어머니는 시장에서 양말, 속옷, 김치 등을 팔며 생활을 유지한다. 진진이 엄마와 나누는 대화, 외할머니를 바라보는 시선,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술만 마시면 돌변해 아내를 때리고 무건을 때려 부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 등은 단순한 상황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감정은 살아 있고, 독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이런 감정선의 정교함은 작가 양귀자의 필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다. 여성으로서, 혹은 여성적인 감성을 지닌 독자라면 진진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공감'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깊은 감정의 공유다.

현실과의 충돌, 그 안에서 자라는 자아

『모순』은 단순히 개인의 내면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 사회와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진진이 처한 상황은 1990년대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이지만, 여전히 오늘날의 청년 세대, 특히 여성들이 겪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엄마의 재혼, 아버지의 외도, 할머니의 시선, 직장에서의 소외감 등은 그 시절에도, 지금도 여성들이 쉽게 겪을 수 있는 현실이다.

진진은 그런 현실 앞에서 좌절하기보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이는 자아의 성장 서사이자, 사회적 시선에 길들여지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볼 수 있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삶을 선택하고, 관계를 정의하려는 흐름은 시대를 앞선 메시지로도 읽힌다. 양귀자는 '여성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인간으로서의 진진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진심을 담은 대사와 공감되는 서사

『모순』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대사 하나하나에 담긴 진심과 생동감 때문이다. 특히 진진이 내뱉는 말들, 혹은 마음속에서 반복하는 독백은 독자로 하여금 “나도 저랬지”라는 생각을 끌어낸다. 여성 독자들은 진진의 말에서 자신을 보고, 친구를 보고, 엄마를 본다. 그렇게 이 책은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힘을 지닌다.

예를 들어 진진이 “나는 누구의 딸이기 전에, 나 자신이고 싶다”라고 말할 때, 독자는 단순한 캐릭터의 외침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는 여성 독자에게 특히 강한 울림을 준다. 사회적 역할, 가족 내 위치, 여성에게 요구되는 희생과 책임이라는 오래된 틀 속에서 독립적인 자아를 찾고자 하는 갈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삶이란 단순한 행복이나 불행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감정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여정이라는 것. 『모순』은 그 여정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따뜻하게 담아낸다.

여성에게 더 가까운 이야기, 『모순』

양귀자의 『모순』은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지도이자, 현실 속 여성들이 마주하는 삶의 방향을 짚어보는 나침반이다. 특히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모순』은 더 깊은 의미와 감정을 품고 있다. 우리는 진진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모순된 삶 속에서도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한 번은 읽어보길 권한다.

 

양귀자는 대한민국의 소설가로 양귀자의 여러 작품 중 특히 『원미동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굉장히 유명한 현대소설 작품 중 하나다. 

양귀자 저서로는 『귀머거리 새』, 『원미동 사람들』,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잘 가라 밤이여』,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숨은 꽃』, 『슬픔도 힘이 된다』,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 『천년의 사랑』, 『곰 이야기』, 『모순』, 『늪』, 『누리야 누리야』, 『마지막 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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