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87년 발표된 작품으로,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를 통해 권력과 복종, 그리고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조명한 소설이다. 1960년대 군사정권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주인공 ‘한병태’가 전학을 오면서 겪는 학교 내 권력 구조와 학급의 지배자인 ‘엄석대’와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단순한 학교 폭력 이야기를 넘어,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복종 심리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사회 전체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1. 한병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소년
한병태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학 온 학생으로, 엄석대가 장악한 학급의 분위기에 처음에는 반발하지만, 결국 권력 앞에서 무력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자유롭고 공정한 학교 생활을 기대했지만, 엄석대의 철저한 지배 아래 있는 학급을 보며 실망한다.
한병태의 성격 변화
- 초반: 서울에서 왔다는 자부심이 강하며,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 중반: 엄석대의 힘과 학급 친구들의 순응을 목격하면서 점차 무력감을 느끼고 타협하게 된다.
- 후반: 선생님의 개입으로 엄석대가 몰락한 후, 새로운 권력 구조에서 자신도 엄석대처럼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한병태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캐릭터다. 그는 처음에는 저항하다가 결국 권력에 순응하고, 나중에는 스스로 권력을 탐하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강자에게 기대려는 심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2. 엄석대: 절대 권력자로 군림한 학급의 지배자
엄석대는 학급을 완전히 장악한 학생으로, 직접적인 폭력보다 교묘한 방식으로 친구들을 조종하며 지배한다. 선생님의 신뢰까지 얻어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학생들은 그에게 순응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낀다.
엄석대의 권력 유지 방식
- 두려움 조성: 직접적인 폭력이 아닌, 학생들끼리 서로 감시하고 충성을 맹세하게 하는 구조를 만든다.
- 선생님의 신뢰 확보: 성실한 학생인 척 행동하며 교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 분열 전략: 학생들이 서로 단합하지 못하도록 경쟁과 불신을 조장한다.
엄석대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권력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는 무자비한 폭군이라기보다, 정교한 심리전과 조직적인 운영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지도자에 가깝다.
3. 한병태와 엄석대의 관계: 권력과 순응의 딜레마
한병태와 엄석대는 대립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을 내포한 인물들이다. 한병태는 처음에는 엄석대의 방식에 반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권력에 굴복하고, 나중에는 스스로 권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① 두 인물의 차이점
- 한병태는 개인의 자유와 공정을 원했지만, 현실 앞에서 무기력해졌다.
- 엄석대는 처음부터 권력을 통해 집단을 장악하려 했고, 이를 위해 철저한 전략을 세웠다.
② 두 인물의 공통점
- 결국 권력 앞에서 변한다.
- 집단의 반응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 자신이 권력을 잡을 기회가 왔을 때, 결국 서로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한다.
소설의 결말에서 엄석대가 몰락한 후, 한병태가 학급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은 인간이 권력을 어떻게 탐하고 변화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4. 결론: 권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순한 학교 내 권력 다툼을 넘어, 사회 전체의 권력 구조와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한 작품이다. 한병태와 엄석대의 관계는 지배와 복종의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고, 인간이 권력 앞에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 정치 등 다양한 사회 구조에서도 동일한 권력의 작동 방식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한병태와 엄석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 속에서 권력에 대한 태도를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